AI 경쟁력의 출발점은 데이터인데…투자도 생태계도 아직은 부족하다
인공지능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많은 데이터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는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데이터 확보와 활용을 뒷받침할 투자 흐름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해, AI 산업 전반의 성장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기술은 모델 성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가 풍부해야 하고, 그 데이터를 가공·저장·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기반이 부족하면 기술 개발이 개별 기업의 노력에만 의존하게 되고, 결국 세계 시장과의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고 본다.
문제는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인식과 실제 투자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AI 도입 필요성은 체감하지만, 데이터 정비와 축적에 들어가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라는 점도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데이터는 단순히 많이 모은다고 해서 가치가 생기지 않는다. 형식이 제각각인 정보를 정리하고, 품질을 높이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까지 관리해야 비로소 활용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는 인력과 시스템, 그리고 장기적인 운영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산업별로 쓸 수 있는 데이터의 폭이 다르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금융, 제조, 의료, 유통처럼 활용 가능성이 높은 분야가 있지만, 규제와 권리 문제로 인해 실제 데이터를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AI 확산이 필요한 영역에서 오히려 학습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데이터가 쌓여야 기술이 개선되고, 기술이 좋아져야 다시 데이터 활용 수요가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는 이 순환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비용과 시간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생태계가 느리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공공은 데이터 표준화와 제도 정비를 통해 활용 장벽을 낮추고, 민간은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와 산업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 어느 한쪽만 움직여서는 데이터 기반 AI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데이터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서비스 운영 과정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다시 AI 고도화에 활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규모와 자원 면에서 불리한 만큼, 협력과 공유를 통한 전략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데이터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늦어질수록 산업 전반의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AI 도입이 늘어도 기초 자산이 부족하면 해외 기술 의존이 심해지고, 핵심 서비스의 경쟁력도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가 데이터 중심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한 데이터는 AI 산업뿐 아니라 다른 첨단 산업과도 맞닿아 있다. 제조 현장의 공정 데이터, 의료 기록, 금융 거래 정보 등은 산업 혁신의 자원이 될 수 있다. 결국 데이터 확보는 한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반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려면 신뢰를 확보하는 과정이 함께 가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우려를 줄이지 못하면 데이터 공유는 쉽게 진전되지 않는다. 기술과 제도, 윤리 기준이 함께 정비돼야 시장 참여자들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
AI 경쟁의 핵심이 데이터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이를 실제 성장으로 이어갈 실행력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투자 확대와 제도 개선, 그리고 데이터 생태계 조성이 함께 이뤄져야 비로소 선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 업계는 지금이 그 출발점을 마련할 시기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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