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상영관도 안 주면서 6개월 묶으라고”… ‘홀드백 의무화’에 속타는 중소·에로 영화계

– 극장 종영 후 OTT·VOD 공개 ‘최소 6개월 유예’ 법제화 논의에 배급 생태계 양극화 심화

– ‘극장 개봉작 1만 원 vs 비디오물 5천 원’… VOD 단가 보전 위한 간판용 단관 개봉 관행에 직격탄

– 스크린 독과점 방치한 채 획일적 규제 강제 시 중소 배급사 줄도산… 촘촘한 예외 기준 시급

AI 생성 이미지

[미디어테크뉴스]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가 OTT나 IPTV 등 2차 부가 판권 시장으로 넘어가기까지의 유예 기간인 ‘홀드백(Holdback)’을 법적으로 강제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대형 상업영화와 저예산 중소 영화 간의 생존권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멀티플렉스 주요 상영관을 확보하기 어려운 저예산 인디 영화, 비주류 외화, 성인(에로) 영화 제작·배급사들은 “스크린조차 열어주지 않으면서 부가 판권 회수까지 6개월간 틀어막는 것은 사실상의 사형 선고”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1만 원 단가 위해 간판만 건다”… 저예산 영화의 고육지책

현재 부가 판권 및 OTT 시장에서 수많은 중소 저예산 영화와 성인 영화는 극장 상영 자체로 관객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 대형 투자·배급사의 블록버스터가 전국 멀티플렉스 스크린을 장악한 환경에서, 자본력이 영세한 제작사들은 지방의 작은 단관 극장이나 심야 시간대에 상영관 1~2개를 빌려 형식적으로 ‘극장 개봉’ 타이틀만 획득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들이 비용을 들여가며 극장에 간판을 거는 이유는 명확하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온라인 전용인 ‘비디오물’로 서비스할 경우 건당 결제(TVOD) 단가가 통상 4,000~5,000원 선에 그치지만, ‘영화(극장 상영용)’로 심의를 받아 극장에 단 하루라도 걸면 ‘극장 개봉작’ 프리미엄이 붙어 10,000원의 고단가를 책정받고 플랫폼 메인 배너 노출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극장에 잠시 걸어둔 뒤 곧바로 VOD와 OTT에 동시 혹은 초고속으로 유통해 제작비를 조기 회수하는 것이 취약한 저예산 콘텐츠 생태계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 6개월 묶이면 자금 회전 올스톱… “작은 영화는 다 죽으라는 소리”

문제는 정부와 극장가가 추진 중인 ‘홀드백 6개월 일괄 의무화’가 적용될 경우다. 개봉 첫 주말에 관객 수십 명을 모으는 데 그치고 상영이 종료되어도 법에 묶여 6개월 동안 OTT나 VOD로 콘텐츠를 판매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단가 1만 원을 받기 위해 극장 개봉을 택했다가 6개월간 자금이 묶여 고사하거나, 반대로 6개월 유예를 피하기 위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5,000원짜리 비디오물로 직행해 반토막 난 단가를 감수해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한 중소 배급사 관계자는 “상영관을 열어주는 것도 아니면서, 극장에 걸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반년 동안 2차 시장 판매를 금지하면 자본금이 영세한 제작사는 당장 다음 달 직원 월급도 못 주고 줄도산한다”며 “결국 극장 개봉 타이틀을 완전히 포기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 극장 상영작의 다양성마저 파괴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 획일적 규제 대신 스크린 수·제작비 기준 촘촘한 예외 둬야

전문가들은 극장 산업 보호라는 홀드백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대기업 상업영화와 영세 중소 영화를 명확히 구분하는 세밀한 정책 설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실효적 규제 없이 윈도우 유예 기간만 획일적으로 못 박을 경우, 대형 배급사만 살아남고 저예산 장르 영화와 중소 콘텐츠 유통사는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역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총제작비 규모(순제작비 30억 미만 제외), 개봉 첫 주 확보 스크린 수(100개 미만 제한 상영작 자율화), 또는 정부 모태펀드 출자작 한정 조건부 적용 등 탄력적인 예외 조항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디어 정책 전문가는 “콘텐츠 유통 주기가 디지털 중심으로 초 단위 경쟁을 벌이는 시대에 법으로 모든 영화의 발을 묶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 될 수 있다”며 “대작 영화의 극장 체류 가치를 높이는 지원책과 더불어, 영세 영화들이 VOD와 OTT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순환시킬 수 있는 유연한 상생 가이드라인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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