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향한 전면전… AI 디바이스 경쟁 본격화
AI 산업이 새로운 변곡점에 들어섰다. 스마트폰 이후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AI 디바이스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빅테크와 신흥 기업 간 기술 전쟁도 한층 가열되는 양상이다. 2026년은 ‘생각하는 AI’를 넘어 ‘일하는 AI’가 본격적으로 현실 세계에 투입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달 12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휴머노이드 서밋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무대에 오른 구글 딥마인드와 중국 전기차 기업 샤오펑은 같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주제로 전혀 다른 미래상을 제시했다.
구글은 로봇의 형태나 하드웨어 제약을 넘는 ‘범용 인공지능(AGI) 두뇌’ 전략을 강조했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1.5를 통해 처음 접하는 물체와 환경에서도 추론과 작업이 가능한 모습을 시연하며, 소프트웨어 중심의 확장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반면 샤오펑은 하드웨어와 AI를 함께 설계하는 수직 통합 전략을 선택했다. 휴머노이드를 실제 양산 가능한 물리적 제품으로 완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며 현실 구현에 방점을 찍었다.
두 기업의 상반된 접근은 2026년 AI 산업을 관통할 핵심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22년 11월 챗GPT 등장 이후 3년이 AI의 가능성을 검증한 시기였다면, 이제는 AI가 실제로 ‘일을 수행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 일하는 AI의 본격 등장
가장 먼저 주목받는 트렌드는 AI 에이전트의 고도화다. 오픈AI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은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다수의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형 AI를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단순 반복 업무를 대신하던 수준을 넘어, 올해는 작업 탐색부터 결제까지 수행하는 능동형 에이전트가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안에서 활동하는 에이전트와 달리, 피지컬 AI는 물리적 세계로 확장된다.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해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지능형 시스템이 물류·제조·이동·서비스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어질리티 로보틱스는 공장 현장 투입을, 1X 테크놀로지스는 가정용 휴머노이드 보급을 각각 추진 중이다.
AGI 경쟁 격화… 빅테크 ‘두뇌 전쟁’ 가속
일하는 AI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여전히 AGI 경쟁이다. 오픈AI가 GPT-5를 공개하자 구글은 제미나이 3로 맞섰고, 다시 오픈AI는 GPT-5.2를 선보이며 격차를 좁혔다. 한동안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던 메타 역시 실리콘밸리 최상위 인재를 대거 영입하며 ‘초지능’을 목표로 한 차세대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트 스마트폰 전쟁과 소버린 AI
AI의 확산은 하드웨어 시장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스마트 글라스 분야에서 앞서 있는 메타에 이어 애플과 구글이 가세했고, 오픈AI는 아이폰을 디자인한 조너선 아이브와 손잡고 새로운 AI 단말기 개발에 나섰다. AI를 얼마나 자연스럽게 하드웨어에 녹여내고 사용자 경험을 혁신하느냐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한편 AI 경쟁은 국가 단위의 소버린 AI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AI는 더 이상 기업 기술을 넘어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인식된다. 각국은 자국 데이터와 언어, 문화를 반영한 독자 모델 확보에 나서며 미국 중심 생태계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과 유럽을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는 AI 규제 시행이 본격화되며 산업의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전쟁, ‘탈 엔비디아’ 움직임 확산
AI 인프라의 핵심인 반도체 시장도 격변 중이다. 엔비디아의 GPU 중심 구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구글·아마존·메타 등 대형 수요처들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가속화하며 ‘탈 엔비디아’ 전선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산업의 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이동하면서, 범용 GPU 대신 특정 서비스에 최적화된 칩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구글의 TPU를 시작으로 AMD와 인텔, 퀄컴, 다수의 반도체 스타트업이 가세하며 AI 반도체 시장은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접어들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전 세계 AI 소비 지출은 1000조원에 달하고, AI 챗봇 월간 이용자는 5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AI는 이제 기업의 실험 단계를 넘어, 소비자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