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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초동 100만 장이라는데, 왜 내 플리에는 없을까?”… ‘국민 아이돌’ 멸종 시대의 명암

옛날엔 음악방송 1위 곡은 길거리 화장품 가게나 떡볶이집만 지나가도 자연스레 외워졌다. “거짓말”이나 “Tell Me”의 후렴구를 모르면 대화에 낄 수조차 없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뉴스에서는 K팝 아이돌이 빌보드를 휩쓸고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며 난리인데, 정작 나와 내 친구들은 그 그룹의 타이틀곡은커녕 멤버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K팝은 역대급 호황이라는데, 왜 우리는 더 이상 다 같이 따라 부를 수 있는 ‘국민 아이돌’을 갖지 못하게 된 걸까?

1. 바늘구멍보다 좁아진 취업문, ‘100팀 중 1팀’의 진실

우선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흔히 과거부터 아이돌의 성공 확률이 ‘100팀 중 1팀’ 꼴이었다는 업계의 널리 퍼진 속설이 있지만, 이는 정확한 통계에 기반한 것이 아니므로 출처가 확실하지 않음을 미리 밝혀둔다.

하지만 현재 체감되는 경쟁률이 과거보다 훨씬 치열해졌다는 것만큼은 팩트다. 글로벌 시장이라는 거대한 파이가 생기면서 자본이 몰렸고, 한 달에도 수십 팀이 데뷔하는 레드오션 중의 레드오션으로 변모했다.

2. 그들만의 리그? 대중성 대신 ‘코어 팬덤’을 택하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아이돌이 소비되는 구조다. 아이돌의 대중성이 완전히 소멸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최근 몇 년간의 국내 주요 음원 차트(대중성 지표) 순위와 피지컬 음반 판매량(팬덤 화력 지표)의 극심한 괴리 현상을 명확한 근거로 들 수 있다. 음원 차트 톱 100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해도, 앨범은 수십만 장씩 팔아치우며 해외 아레나 투어를 도는 그룹이 수두룩하다. 대중성을 내어주고 수익성을 극대화한 새로운 성공 방정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3. 무엇이 ‘국민 아이돌’을 앗아갔나: 미디어 탓 vs 제작 시스템 탓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런 현상이 심화한 것일까? 유튜브와 OTT 등 즐길 거리가 많아진 시대적 환경 때문일까, 아니면 글로벌 팬덤에 방점을 둔 제작 현실 때문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이 두 가지 요인 중 정확히 어느 쪽이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관련된 산업 지표와 자료를 다 검토한 후, 이 변화를 단계별로 뜯어보면 다음과 같은 흐름이 보인다.

  • 1단계 (미디어의 파편화): 쇼츠, 틱톡, 넷플릭스 등 뉴미디어의 범람으로 대중의 관심사가 파편화되었다. 알고리즘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만 떠먹여 주니, 하나의 메가 히트곡이 탄생하기 어려운 환경이 구축되었다.
  • 2단계 (제작 패러다임의 변화): 기획사들도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국내 대중 인지도’ 대신, 앨범을 대량 구매해 줄 ‘글로벌 코어 팬’을 모으는 데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틱톡 챌린지용 퍼포먼스나 세계관이 짙은 매니악한 곡들이 타이틀로 선정되는 이유다.

결국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기획사의 수익화 전략이 맞물려 지금의 파편화된 팬덤 문화를 완성했다는 조심스러운 추측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는 점점 서로 다른 아이돌을 소비하며 살아가게 될 거란 점이다.

취재를 마치며

우리는 어쩌면 다 같이 모여 TV를 보며 국민 가수를 응원하던 낭만의 시대와 작별을 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자의 ‘알고리즘 존중’이라는 명목하에 대중성이라는 무거운 왕관을 내려놓고 글로벌이라는 무기를 쥔 K팝.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대중음악이 나아가야 할 다음 페이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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