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됐지만 여전히 선택받는다…개발자가 포기하지 않는 프로그래밍 언어 8가지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가 끊임없이 등장하며 기술 트렌드를 주도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개발 현장에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언어들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유행보다 안정성과 검증된 성능을 중시하는 개발자들은 수십 년의 역사를 지닌 언어를 지금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컴퓨터 기술의 역사는 언제나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 왔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곧 혁신이라는 인식은 개발 생태계 전반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개발자들은 이러한 흐름에서 한발 물러나, 오래된 프로그래밍 언어의 가치를 다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에이다(Ada)나 C와 같은 전통적인 언어가 인기 지표 상위권에 재등장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다.
물론 언어 순위 지표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사용돼 온 언어가 여전히 높은 관심을 받는다는 사실은, 이들이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기술 자산임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향수에 기대는 선택과는 다르다. 기존 코드를 최신 언어로 전면 재작성하는 과정은 종종 문제 해결보다 더 많은 버그를 만들어낸다. 소프트웨어 로직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자동으로 낡아지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검증된 코드를 단지 문법적 편의를 위해 버릴 이유는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단기 성과를 추구하는 스타트업 문화에서는 이러한 선택이 구식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대기업은 방대한 레거시 코드 위에서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검증된 시스템을 유지·개선하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더욱이 오래된 언어를 고수한다고 해서 현대적인 개발 원칙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전통적인 언어는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병렬 처리 등 최신 개발 패러다임을 수용하며 지속적으로 진화해 왔다. 개발자들은 최신 편집기와 통합개발환경(IDE)을 활용하면서도, 오랜 코드 자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다음은 현대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에서도 여전히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프로그래밍 언어 8가지다.

코볼(COBOL)
코볼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수차례 나왔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대기업 핵심 시스템의 중심에 있다. 은행과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권에서는 주요 비즈니스 로직 상당 부분이 코볼로 작성돼 있다.
1959년에 등장한 코볼은 이후에도 꾸준한 업데이트를 거쳤다. 2002년에는 객체지향 확장이 도입됐고, 2023년 버전에서는 데이터베이스 트랜잭션 처리 방식이 개선됐다. 그누코볼을 통해 오픈소스 생태계와도 연결됐으며, 비주얼 코볼과 아이에스코볼 같은 IDE는 오래된 문법을 보다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펄(Perl)
파이썬이 시스템 자동화와 스크립트 분야에서 펄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개발자들은 여전히 펄의 간결하고 강력한 문법을 선호한다. 이들은 파이썬이 지나치게 장황하다고 평가한다.
22만 개 이상의 모듈을 보유한 종합 펄 아카이브 네트워크(CPAN)는 다양한 작업을 단순화하는 강력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펄은 최근 티오베(TIOBE) 지수에서 다시 상승세를 보이며 2025년 9월 기준 10위에 올랐다. 이는 관련 서적과 제품 검색량을 반영한 결과로, 언어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는 간접 지표로 해석된다.
에이다(Ada)
에이다는 1970년대 미국 국방부가 방대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하나의 표준 언어로 통합하기 위해 개발됐다. 대중적인 인기는 제한적이었지만, 방위 산업과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지금도 핵심 시스템 제어에 사용되고 있다.
1995년 객체지향 기능을 강화했고, 2012년에는 계약 기반 프로그래밍을 도입했다. 최신 표준인 에이다 2022는 안정성과 오류 방지에 초점을 맞춘 병렬 처리 구조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포트란(Fortran)
1953년 IBM에서 개발된 포트란은 흔히 최초의 고급 프로그래밍 언어로 평가된다. 현재도 기상 예측, 유체 역학, 대규모 수치 시뮬레이션 등 과학·공학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03년 객체지향 확장, 2008년 서브모듈 도입 등 지속적인 현대화가 이뤄졌으며, GNU 포트란 같은 오픈소스 구현체와 함께 인텔도 자체 포트란 컴파일러를 유지하고 있다.
C 계열 언어
C 언어 자체가 순위 최상단에 오르지 않는 이유는 C++, C#, 오브젝티브 C 등 수많은 파생 언어로 사용자층이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문법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내부 구조는 크게 다르며, 코드 호환성도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며 생명력을 이어가는 C 계열 언어는 ‘사라지지 않는 언어’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존재다.
비주얼 베이직(Visual Basic)
BASIC은 원래 교육용 언어로 출발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 환경에서 간단한 비즈니스 로직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도구로 비주얼 베이직을 발전시켰다.
수많은 마이크로서비스 대신, 데이터 정리나 반복 작업을 처리하는 간단한 애플리케이션을 원하는 기업 수요는 지금도 존재한다. 비주얼 베이직은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대규모 언어 모델과 결합되며 여전히 실무 환경에서 활용되고 있다.
파스칼(Pascal)
1971년 니클라우스 비르트가 교육용으로 설계한 파스칼은 초기 정적 타입 언어의 대표 주자였다. 터보 파스칼의 빠른 컴파일 속도를 기억하는 개발자들도 적지 않다.
현재도 오픈소스와 상용 구현체가 존재하며, 대표적으로 델파이 컴파일러는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며 활용되고 있다. ‘앱을 5배 더 빠르게 만든다’는 델파이의 초기 슬로건은 여전히 이 언어의 성격을 상징한다.
파이썬(Python)
1991년에 공개된 파이썬은 이 목록 가운데 가장 젊은 언어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개발자는 특정 버전의 파이썬과 라이브러리를 고정해 사용한다.
버전 업데이트 과정에서 기존 코드 호환성이 일부 깨지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상 환경을 설정해 과거 버전의 파이썬을 유지하는 방식이 일반화됐다. 파이썬의 역사는 짧지만, 오래된 코드를 끝까지 책임지고 유지하려는 개발자들의 태도만큼은 전통적인 언어들과 다르지 않다.
이들 언어는 단순히 ‘오래됐다’는 이유로 사라지지 않았다. 검증된 안정성, 방대한 코드 자산, 그리고 지속적인 진화가 이들을 현재의 개발 현장에 남게 했다. 기술의 최전선에서 때로는 가장 오래된 선택이 가장 현실적인 해답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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